언젠가 한 40대 중반 정도이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40여일간의 여정이 될것이였다. 

걷고 걷고 그리고 또 걸으면서 온전히 나만의 세계에 빠져서 다시한번 나를 바라보는 계기가 될것이라 생각했었다. 

무수히 많은 생각들에 잠기며 지나온 일들을 추억하며 현재의 나를 생각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계획하리라 마음먹었었다. 

허나 이제는 더이상 갈 필요가 없어졌다. 

이 일을 시작한지 어느덧 5개월이 흘렀다. 

순례자의 길은 아마도 단단히 준비를 하고 시작했을 것이다.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의 육체적인 압박을 한계를 조금이나마 높여놓기 위해서 운동을 했을 것이며,

내가 어떠한 생각을 하게될 것인지에 대해서 미리 조금이나마 느꼈을 것이며,

기나긴 여정이후에 어떻게 될것인지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채 준비가 덜 된채로 뛰어든 일에는 그러한 낭만은 없었다. 

오롯이 혼자 하루에 8시간을 버텨야 하루가 끝났다. 

처음 한달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현기증이 일어나서 하루에도 몇번이고 주저 앉았다. 

그저 버티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13kg가량의 몸무게가 줄어들무렵 주저앉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혼자 버티는 시간들은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혼자가 되어서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던 시간은 나를 들었다 내려놨다를 매번 반복하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들이었다. 


그렇게 버티기를 5개월.

아직도 매일 반복되는 정신의 오르내림 속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평균점이 나날이 조금씩 상승해간다는 걸 느낀다. 

이렇게 이겨내는 거겠지. 

그렇게 나아가는 거겠지.


이제는 몸이 움직이면서 머리속으로는 나만의 것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일에서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그러면서 지나온 추억들을 생각하고 현재의 것들을 바라보고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다보면 느끼는게 이런것들일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온전히 나만의 나를 위한 생각의 시간이 필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타이밍에 이일을 하게되었으니 

이 또한 기쁨으로 받아들이는게 마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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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different!!  (0) 2017.12.26
Posted by violet moon :